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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하나] 낙화 본문

마츠하나

[마츠하나] 낙화

JIHYO613 2016. 7. 25. 01:35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 내 시간은 멈춰있다. 네가 없는 내 하루하루는 아주 느리게 지나간다. 네 얼굴을 볼때마다 생각했다. 너는 꽃이였다. 봄날의 벚꽃같은 아이. 너를 처음 본 날, 넌 내 마음에 싹을 틔웠다.  눈이 마주친 날, 새싹이 자라기 시작했다. 네 이름을 불렀을때, 작은 나무가 되었다. 네가 내 이름을 부른 날, 크고 튼튼한 나무가 되었다. 네 미소를 보았을때, 꽃봉오리가 자랐다. 네가 내게로 왔을때, 꽃이 피었다. 작지만 예쁘고 아름다운 벚꽃. 

"잇세이.  괜찮겠어..?"

"응. 괜찮아. 널 위한거니까."

너는 약한 꽃이였다. 몸이 약한 네 꽃잎은 하나씩 떨어지고 있었다. 몇 번의 수술을 받았는지, 몇 번의 수혈을 한건지 샐 수 조차 없었다. 고칠 수만 있다면. 아니, 조금 더 오랫동안 피어 있을 수 있다면.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어느새 네 두 팔은 바늘이 들어갈 핏줄은 없었다. 한참을 찾다가 발등에 바늘이 꽂혔다. 상황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바늘의 푸른 흔적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너를 지키기 위해. 잠시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때, 우리가 누워있는 자리가 미적지근한 병실이 아닌 따듯한 바람이 부는 곳이였으면.

- 포근한 바람이 불어왔다. 향긋한 풀내음이 코끝을 스쳤다. 왼쪽 가슴이 따듯해졌다. 보려고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내 꽃. 하나마키. 꿈이 아니기를.



*

눈을 떴다. 바늘의 따끔거림에서 밀려오는 현실감에 짖눌린다. 나를 따라 잠이 든건지. 꽃은 조용히 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렇게 예쁜데.. 아직 꽃이 다 피어나지 않았는데.. 언제까지?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현실은 날이 갈수록 나를 더 재촉했다. 언젠가 한번, 멀리 떠나고 싶다던 너의 말이 너무 깊이 와닿아서 가슴이 저렸다. 고통이 쫓아 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꽃의 손을 잡고.  

"잇세이. 이제 그만해도 돼."


너의 말에 답 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해주기를 바라는 걸까. 못다핀 꽃이 제 목숨을 포기하려 할때, 난 무슨 말을 해주어야만 하는가. 억지로 막는다고 막아지지 않는다는건 알고 있다. 포기하고 멈추면.. 편해질까. 내가?

"포기하라고 하지마."

"가망 없다는거 알잖아. 고집 부리지마."

"포기하라는 말이 쉽네. 너는."

고집.. 고집 부리고 있는게 맞다. 난 하나마키를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런게 준비 될리 없었다. 내 의지를 꺾으려는 그의 말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다졌다. 포기 할 수 없다.


*

나뭇잎이 떨어지고 세상은 하얀 이불을 덮고 있었다. 지쳤다. 내 꽃은 점점 시들어갔다. 아름다운 분홍빛 머리칼은 색이 바래었고, 예쁜 두 눈동자는 멍하기만 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최대한 아프지 않게 꽃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아야만 했다.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했다. 치료의 속도는 병이 악화되는 속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느렸다. 점점 감겨가는 네 눈을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너 없이 어떻게..

"잇세이..."

"..응"

"넌 나 없어도 잘 살거니까 걱정 안해도 되겠다.."

"...."

"나 잠 좀 자도 될까.. 지금 많이 졸리다.."

"..하나.."

"이름 불러줘.. 잇세이."

"타카히로..."

"고마웠어.."


그렇게 너는  감은 눈을 두번 다시 뜨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았다. 이길 수 없었던 것 뿐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말이었다. 벚꽃은 꽃잎을 떨어뜨리면서 저물어간다. 꽃잎이 다 떨어졌을때즈음에 바닥에는 꽃 길이 만들어져있다. 사람들은 그 길을 거닐며 웃는다. 벚꽃은 떨어진 꽃잎조차 예쁘다. 내 벚꽃 역시. 여전히 아름답고 예쁘다. 저물어가는 모습 조차도 예뻤다. 그게 전부였다. 일년 내내 피어있을 수 있었던 벚꽃이 죽어버렸다. 더는 꽃에 관심을 보이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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