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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은걸 쓰고 올립니다
하나마키 타키히로. 머릿 속에 윙윙 맴도는 그 이름은, 내 스스로를 옥죄어 온 시간만큼이나 떠올리기가 고통스럽다. 그의 얼굴을 떠올릴때마다 밝고 선명했던 사진이 조금씩 타들어갔다. 잊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잊을 수 없으리라고. 꽃의 이름은 하나마키 타카히로. 두번 다신 피지 못할 나만의... * 꽃이 진 봄은 그 계절의 힘을 잃는다. 하나마키가 죽고 마츠카와는 닥치는대로 일을 했다. 아주 조금이라도 시간의 틈을 두지 않았다. 시들어 죽은 꽃에 눈물을 삼킬 여유를 두지 않기 위해. 꽃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넌 나 없어도 잘 살테니까 걱정 안해도 되지?' 마츠카와는 하나마키몸이 약해진 뒤로 그의 말을 한글자도 놓치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쏟아부었다. 혹여나 잘못 들었을까. 꽃의 말을 놓칠세라 되묻기..
"오늘 우리 집에 올래?" "어..?" 얼떨결에 마츠카와의 집에 가게 되었다. 뭐. 내 발로 들어온 거지만. 마츠카와의 집은 의외로 평범했다. 생긴건 마피아 보스 아들처럼 생겨가지고 평범한 가정집 아들내미라니. 어울리지 않네. "내 방은 거실 옆이야. 먼저 들어가 있어. 마실 거 가지고 들어갈게."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마츠카와의 방으로 들어섰다. 1인용 싱글침대와 책상 하나 옷장 하나 밖에 놓여진 가구가 없어서 그런지 방이 꽤 넓고 컸다. 혼자 쓰는 방은 참 넓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쌍둥이 형제가 있는 난, 형이랑 한 방을 나눠서 사용하고 있는지라, 항상 복잡하게 꽉 채워져 있는 느낌이었는데, 외동인 마츠카와의 방은 고요하고 단순했다.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들을 훑어보고 홀로 방 구경을 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 내 시간은 멈춰있다. 네가 없는 내 하루하루는 아주 느리게 지나간다. 네 얼굴을 볼때마다 생각했다. 너는 꽃이였다. 봄날의 벚꽃같은 아이. 너를 처음 본 날, 넌 내 마음에 싹을 틔웠다. 눈이 마주친 날, 새싹이 자라기 시작했다. 네 이름을 불렀을때, 작은 나무가 되었다. 네가 내 이름을 부른 날, 크고 튼튼한 나무가 되었다. 네 미소를 보았을때, 꽃봉오리가 자랐다. 네가 내게로 왔을때, 꽃이 피었다. 작지만 예쁘고 아름다운 벚꽃. "잇세이. 괜찮겠어..?" "응. 괜찮아. 널 위한거니까." 너는 약한 꽃이였다. 몸이 약한 네 꽃잎은 하나씩 떨어지고 있었다. 몇 번의 수술을 받았는지, 몇 번의 수혈을 한건지 샐 수 조차 없었다. 고칠 수만 있다면. 아니, 조금 더 오랫동안 ..
숨이 막힐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웅웅. 머릿속 경보음이 귓가에 울렸다. 누군가 급하게 움직이는 소음도 들려왔다. 시끄러워. "맛층!! 정신이 들어?!" "간호사!" 눈을 가늘게 뜬 마츠카와가 제 눈 앞에 피사체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지. 처음 보는 두 사람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와의 대화를 떠올리면서 제 상황을 이해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정한 리듬으로 선을 그리는 의료기기가 있었고, 불편한 왼손에는 주사바늘과 입에는 산소 호흡기가 매어져 있었다. 병원이군. 극적으로 깨어난 설정인건가. "...여긴." "맛층! 말.." "야, 이 미친 놈아!" "이와쨩!!" 다급하게 간호사를 부르던 목소리의 주인이 마츠카와의 멱살을 잡았다. 마츠카와는 힘 없이 끌어 올..
"축하해."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제 갈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그들은 모두 한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왠지 그들을 따라가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발을 떼려는 순간 누군가 앞을 막았다. "어디가? 니가 갈 곳은 이쪽이야." 분홍색 머리를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누구지..? 무시하고 지나가려는데 내 손목을 붙잡고 뭐라고 말하는 녀석의 손을 뿌리치고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 쪽이 아니라니까?" "넌 뭐야?" "보면 몰라? 저승사자." 저승사자? 그럼 여기가 지옥..? 나 죽은건가. 저승사자라는 녀석은 내가 알고 있던 저승사자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분홍색 머리에 표정이 밝은 저승사자. 한 방향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핏기 없이 창백한 얼굴에 어떤 표정도 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