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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카게] 손 닿을 수 없는 본문

차애컾 모음

[오이카게] 손 닿을 수 없는

JIHYO613 2016. 6. 4. 21:23
느릿하게 떠다니는 구름을 보면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여유롭게 또, 유연하게 앞을 날던 사람. 그 사람이 내 하늘이었다. 비가 와도 태풍이 몰아쳐도 그는 고요했다. 나는 그의 침묵을 사랑했다.

"오이카와 선배."

"아, 토비오쨩 내가 여기 있는건 어떻게 알았어? 근데 무슨 일로..?"

그 날도 선배는 도서관 창가자리에 앉아 읽지도 않는 책을 펼쳐놓은 채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염없이 누군가를 찾듯이 운동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 코치님이 찾으세요."

"아.. 그래? 나 찾아다니느라 힘들었겠네."

선배는 시선을 주지 않고 여전히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아뇨, 뭐.. 근데, 선배 항상 같은 페이지만 읽으시나봐요."

"뭐..?"

창 밖에서 시선을 뗀 선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전의 고요함은 거짓이었던 듯이. 

".. 그 페이지만 낡아보여서요. 좋아하시나봐요? 그 책."

아.. 좋아하지..."

내 말에 선배는 누렇게 바랜 페이지를 쓰다듬었다. 부서지기라도 하는 물건인 것처럼 아주 소중하다는 듯이.

"선배.."

"이만 가봐야겠다. 코치님이 부르신다고?"

자리에서 일어난 선배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어깨의 감각이 무뎌지는 거 같았다. 사소한 스킨십이 잦은 사람인지라 익숙한 느낌일 것이라 예상한 내 생각이 빗나갔다. 오이카와 선배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손을 뗀 선배가 나를 스쳐 지나갔다. 옅은 한기가 느껴졌다. 아무말도 듣지 않았지만 무언의 경고를 받았다.

'신경 꺼. 네가 끼어들 틈이 아니야.'

"네.."

선배가 누구를 찾는지 이미 그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와이즈미 선배. 이와이즈미 선배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 소식을 들은 사람들 중에 오이카와 선배가 가장 큰 충격을 받았으리라. 지나가다가 우연히 선배를 발견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오이카와 선배는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책의 같은 구절이 쓰여져 있는 페이지를 펼쳐 놓고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이 이와이즈미 선배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것을 이미 난 알고 있었다. 그 자리가 항상 두 사람이 앉아서 책을 읽고 얘기를 하던 자리라는 것도. 선배가 떠난 자리에 놓여있는 책을 쓰다듬어 보았다. 색이 바랜 종이가 부스럭 거렸다. 그러다 책의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여름이 오네요.
내가 그대를 처음 만난 여름이.
그대 없을 여름이 오네요.
바람 속 그대가 그리워, 투명한 하늘을 하염없이 만져.

 

"투명한 하늘을 하염없이 만져...하.."

짧은 탄식이 터져나왔다. 아무리 노력해봤자 이와이즈미 선배한테는 이길 수가 없구나. 선배의 빈자리는 그 사람만이 채울 수가 있는거였구나. 내가 들어갈 틈 따위는 없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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