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쓰고 싶은걸 쓰고 올립니다

[오이스가] Poison 본문

스가른

[오이스가] Poison

JIHYO613 2016. 7. 25. 01:32
몇 달이나 남았을까. 아니 몇 일..? 어쩌면 몇 시간. 종양을 발견 했을때, 병은 이미 커질대로 커져 손쓸 방법은 없었다. 의사는 수술을 해도 소용 없을 거라는 말과 함께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이었다. 마음의 준비..?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이런 말을 해도 되나. 내 스스로 받은 충격보다 주변인이 받을 충격에 덜컥 겁이 났다. 그 아이가 이 이야기를 듣고 버텨낼 수 있을까. 충분히 나 없이도 살 수 있는 아이지만, 난 그 아이 없이 살 수 없다. 진료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오이카와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다. 단순한 건강검진 인줄로만 알고 있는 녀석에게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까.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하지.

진료실 문고리를 잡고 한참 고민하다 열었다. 진료실에서 가장 가까운 의자에 기대어 앉아있는 모습이 잘생겼다. 학창시절부터 그의 대한 소문이 많았다. 잘생긴 대다가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한다는. 소설이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전형적인 재수없는 캐릭터. 딱히 그 소문을 믿지는 앉았지만, 그는 소문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첫 만남은 코트 위의 적으로. 그 뒤부터는 친구로. 얼마의 시간이 지나 몇 년이 지난 현재까지 연인의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는데.. 병마가 우리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하고 있다.

"코우시, 검진 잘 받았어?"

"....."

천진난만한 얼굴로 다가오는 그에게 아무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숨겨야하나. 숨긴다고 뭐가 달라지나.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채, 일단 집에 가자고 말했다. 집에 가서는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겹쳤다.


*


오이카와는 운전을 하는 모습 역시 잘생겼다. 애초부터 뭘하든 잘생겨보이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핸들을 잡고 있는 손도 잘생긴 얼굴에 걸맞게 손가락이 길고 예뻤다. 시선을 좀 더 위쪽으로 옮겼다. 운동으로 다져진 넓은 어깨와 팔의 잔근육은 오이카와의 몸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길고 선이 고운 목도 좋다. 깎아놓은듯 날렵한 턱선도. 도톰한 입술도. 오똑한 코도. 크고 동글동글한 눈도. 어느 하나 좋지 않은 부분이 없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앞으로 얼마동안을 더 같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른다는게 너무 절망적이었다.

"코우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어? 아니. 그냥.."

"오이카와씨 잘생긴 얼굴 감상하고 있었어?"

"응.."

웬일이야? 오늘은 평소랑 좀 다르네. 라며 나를 힐끔 쳐다본다. 감상하고 있었어. 언제 또 이렇게 자세히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

"코우시, 표정이 너무 안좋아. 역시 건강검진 결과 때문인거지?"

정곡을 찌르는 오이카와의 한마디에 말문이 막혔다. 아, 지금 여기서 말해야 하는건가. 운전을 하면서 내 표정을 살피는 그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갔다. 변해가는 그의 표정을 보고 불안함에 손이 덜덜 떨렸다. 처음부터 숨길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의사를 만나기전 어떤 결과가 나오던 들은대로 말해주기로 약속했다. 그저 단순한 건강검진이니까 크게 신경 쓸건 없을거라고 말했다. 거짓말. 이미 그 전부터 몸에 이상이 있다는건 알고 있었다. 시도때도 없이 흐르고 지혈이 잘되지 않는 코피, 잦은 어지러움증. 처음엔 그저 피곤해서, 몸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처음 각혈을 했던 날. 같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밥을 떠먹으려던 손을 멈추고 재채기를 했다. 비릿한 맛이 느껴졌다. 입을 가렸던 손을 떼어내자 손바닥에 침과 피가 섞여 흥건히 묻어있었다. 급하게 휴지를 찾아 닦았다. 다행히 오이카와는 못 본듯했다.




*

"이제 말해줘."

"어...?"

어느새 차는 갓길에 세워져있었다. 불안하다. 괜찮을까. 전혀.

"어떤 결과가 나와도 들은대로 말해주기로 했잖아."

"...일단.. 그동안 고마웠어."

"그게 무슨 말이야? 오이카와씨 불안하게 하지마."

나 이제 죽는대. 온몸에 악성종양이 퍼져있어서 수술도 못한대. 얼마나 더 살수 있는지도 잘 모른대. 이 말을 너한테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통보해야한 하는 사실을.. 전해줄 수 없을거 같아. 오이카와의 얼굴을 쳐다볼 수 없었다. 고개를 떨구자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처럼 눈에 열이 올랐다.

"어디가 많이 안좋대..? 의사가 뭐라고 했는데?"

내 어깨를 흔들어대며 대답을 재촉하는 그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까. 그래도 말해야겠지.

"오이카와. 어쩌지. 우리 꽤 오랬동안 못 만날 수도 있겠다.. 어쩌면 평생.. 아니. 이제 우리 못만나."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 왜 못 만난다는거야?"

"얼마.. 못 산대. 너무 늦어버려서 수술도 못하고.."

"거짓말."

흔들림이 멈추고 가라앉은 그의 음성이 들려왔다. 충격이 크겠지. 나도 그래..

"나도 거짓말이였으면 좋겠다...ㅎ"

이 상황에 웃음이 나다니..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는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구나. 더 자세한 설명을 해 줄 필요는 없었다. 싫어도 받아들여야만하는 현실이다. 그 뒤로 오이카와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울지도 흥분하지도 않았다. 눈물을 흘리는건 나뿐이였다. 오이카와는 그저 굳은 표정으로 아무말 없이 다시 운전을 했다. 오이카와는 집으로 갈 생각이 없는지 아무말없이 속도를 높혔다. 어디로 가려는지는 묻지 않았다. 어디든 목적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도망치고 싶다. 피하고 싶다. 그것 뿐이다.



'스가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이스가] 엇갈림 ①  (0) 2016.09.07
[쿠로스가] END  (0) 2016.07.25
[오이스가] I'm your... ②  (0) 2016.07.25
[오이스가] I'm your...①  (0) 2016.07.25
[다이스가] LOOSE  (0) 2016.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