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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가] I'm your...① 본문

스가른

[오이스가] I'm your...①

JIHYO613 2016. 7. 25. 01:26

오늘도 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내 하루는 오이카와를 기다리면서 시작하고 기다리면서 끝을 맺는다. 그를 만나고 함께 지내게 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멀어졌지만, 난 여전히 그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고 있다. 태양이 고개를 숨기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었다. 그 날도 나를 제외한 다른 녀석들이 빠르게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예의가 없었다. 남들보다 자유를 빨리 얻는 다는 이유만으로 그들 만의 세계를 만들고 자신들 이외의 것들을 배척했다. 그러나, 난 그들이 부러웠다. 언젠가, 나와 꽤 오래 같이 있었던 녀석이 선택되어 이 곳을 나가기 직전에 내게 비수를 꽂았다. '넌 아마 여기서 계속 살게 될 거야.' 부정할 수 없었다. 처음에 며칠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며칠은 몇 달이 되고, 어느새 2년이 되었다. 주인님도 날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이제 자리를 좀 비켜줘야겠구나. 고생 많았다."


주인님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듣고 싶지 않았다. 오늘이 아니면. 지금이 아니면. 가게 유리창 밖을 내다보는 것도 할 수가 없게 된다. 도망갈 수 만 있었다면. 탈출할 수 만 있었다면. 이렇게 자리를 빼앗기는 일은 없었을 텐데….


"할아버지, 그거 제가 가질래요."

"이거? 이걸 가지겠다고 했니?"

"네! 제가 가질래요."

'아….'

 

목소리가 들리는 쪽에 작은 아이가 서 있었다. 작고 동글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또렷한 아이가 더 작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린아이의 목소리에 힘이 느껴졌다. 나를 가지고 싶다고. 날 원한다고. 그렇게 말했다.

 

"이건 많이 낡았단다. 다른 걸 고르렴. 더 좋은 게 많아."

 

"전 이게 마음에 드는걸요."

 

'제발, 그냥 데려가게 해주세요. 밖에 나가고 싶어요.'

 

그들에 귀에 들리지 않는 외침을. 누군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형의 모습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그 사실이 미치도록 싫다.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진심이구나. 주인님도 아이의 당당함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셨는지 나를 슬쩍 훑어보시고는 아이의 품에 안겨주었다. 작은 품이 따듯했다.


"잘 됐구나. 스가와라."

'주인님 안녕히 계세요.'

 

내 머리를 여러 번 쓰다듬던 손을 멈추신 주인님께서 작별인사를 고하셨다. 왜 인지 모르게 주인님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 볼 수가 없었다. 그토록 원하던 바깥 세상에 나가게 되었는데, 그토록 바라온 해방이었는데.. 왜…? 아이의 품에 안겨 바라본 주인님의 표정과 손 짓이 머리속에 각인되어 박혔다.

 

 

*

 

 

구해졌다. 드디어. 아이는 밖에 나오자마자 나를 품에 끌어안고 내달렸다. 제 몸집만한 내가 무겁지도 않은지. 달리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얼마나 달렸을까. 아이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많이 무거울 텐데, 대단하네. 푸른색 지붕이 보였다. 집 앞에 다다르자, 아이는 나를 바닥에 내려놓고 흘러내리는 땀을 옷소매로 아무렇게나 닦았다. 초인종을 눌렀다. 건조한 알림음이 울리더니 문이 열렸다.

 

'여기가 네 집이야?'


'너 부잣집 도련님 같은 건가보다?'

 

자동으로 열리는 대문에 이어 아이의 집에는 사용인이 있었다. 집사로 보이는 나이가 지긋한 노신사가 문을 열어주었다. 아이는 살짝 고갯짓으로 감사 인사를 대신하고 뭐가 그리 급한 건지 발을 재촉했다. 나를 끌어안은 양 팔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또 왜 이렇게 먼 지, 계단을 오르는 아이에게서 가뿐 숨소리가 들려왔다.

 

"하‥ 다 왔다."

 

'여기가 네 방이야?'

 

"여기가 내 방이야!"

 

기다란 계단을 다 올라와 제 방에 들어온 아이는 나를 살포시 방바닥에 앉혀주었다. 이제 여기가 내가 살 공간인가. 꽤 넓은데? 어린 아이 혼자 자기엔 큰 사이즈의 방에는 최소한의 필요한 물건만 꺼내 놓은 듯. 같은 디자인으로 통일된 침대, 책상, 옷장 등이 놓여있었다. 그 것들 뿐이었다. 다른 부수적인 인테리어 소품 따위는 없었다.

 

"네가 내 방에 놀러 온 첫 손님이야."

 

'첫 손님?'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슥슥 닦아내던 녀석의 표정이 미묘하게 쓸쓸해졌다. 너도 혼자였구나. 나처럼. 아이는 금세 표정을 풀고 바닥에 엎드려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배실 거리는 얼굴이 귀여웠다.

 

"안녕, 난 오이카와 토오루야. 잘 부탁해."


'안녕, 난 스가와라야. 잘 부탁해.'

 

"네 이름은...?"

"아, 주인아저씨가 널 스가와라 라고 부르시던데, 내가 더 좋은 이름 지어줄게."

 

'이름..?'

 

"음.. 코우시.. 코우시 어때?"

 

내 대답을 들을 수 없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오이카와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스스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는 또 다시 아무도 듣지 못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오이카와에게도 들리지 않을.

 

'코우시… 좋아.'

 

"좋아? 이제부터 넌 스가와라 코우시야!"

 

'내 이름은 스가와라 코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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