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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스가] LOOSE 본문

스가른

[다이스가] LOOSE

JIHYO613 2016. 6. 5. 21:14
눈을 떴다. 꿈도 꾸지 않고 꽤 괜찮은 컨디션의 별 다를 거 없는 평범한 오후였다. 딱 한가지만 빼고. 당연히 누군가 있어야 할 옆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스가와라가 내 곁을 떠난지도 꽤 오랜시간이 지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성격 차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사실상 표면적인 이유일 뿐, 더 많은 이유가 있으리라. 일어나 앉아 주인 없는 베개 위에 손을 얹었다. 내 손의 온기가 배게시트를 데웠다. 아, 이 느낌이 아닌데.. 스가와라는 늘 한결같이 상냥하고 예뻤다. 그 온기가 너무 따뜻해서 너무나도 고마웠다. 다른 사람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사랑을 느꼈다. 그도 내게 과분하리만큼 많은 사랑을 주었다. 그랬었다.


"다이치 우리 그만할까."

숟가락을 든 손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는 내 눈을 바라보지 않고, 담담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가려 했다.

"노, 농담하지마. 스가"

"내가 농담하는 걸로 보여?"

".. 좀 더 생각해 봐."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사실 그때, 아니 그 전부터 이미 눈치 채고 있었음에도 모른척하고 싶었다. 점점 차갑게 식어가는 그의 모습을 발견할때마다 외면하고 부정하기에 급급했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도 모른 채.

-

침대에서 일어나 방 안을 둘러 보았다. 긴 책상 앞에 놓인 긴 2인용 의자가 넓어 보였다. 책상 한 켠에 올려져 있는 작은 액자로 시선을 돌렸다. 사진 속에는 미소를 짓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꼭 잡은 두손이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의 이야기 일 뿐이었다. 액자 속 사진도 사진 속의 연인도 이미 오래전 과거가 되었다. 괴로움에 액자를 엎어놨다. 저녁이 되면 다시 돌려 놓을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직 잠이 덜 깬 탓인지 어질거리는 머리에 벽을 짚어 몸을 지탱하며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벽을 쓸어내려가다 움푹 패인 자국이 손끝에 닿았다. 무언가에 찍힌 듯 눈에 띄게 푹 들어간 자리가 거슬렸다.


"다, 다이치! 잠시만 와줘."

"무슨 일..?! 스가, 이런건 내가 한다니까."

"맨날 니가 하잖아. 이번엔 내가 도와주고 싶었는데 잘 안되네.."

"괜찮다니까. 어엇...!!"

"으앗..!!"

쿵. 무거운 책장을 어깨에 들쳐 맨 스가와라가 비틀거리면서 배시시 웃었다. 도와주고 싶었다는 예쁜 말에 덩달아 같이 웃다가 무게 중심이 옆으로 쏠려 책장을 벽에 부딪혔다.

"스가, 괜찮아?!"

"으, 응. 괜찮아. 그것보다 벽이.."

"벽은 고치면 돼. 괜찮다니 다행이다."

미안한듯 울상을 짓는 그를 애써 위로했다. 속상한듯 움푹 패인 벽을 만지는 스가와라의 손이 너무 예뻐보였다. 벽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저 예쁜 손이. 저 예쁜 얼굴이. 소중한 몸이. 다치지 무사하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었다. 

-

아아, 그런 일도 있었지. 여전히 고쳐지지 않은 벽을 다시 한번 슥- 쓸어 만지고 욕실 문을 열었다. 아담한 화장실도 스가와라의 흔적들로 가득했다. 두개의 칫솔, 스가와라가 좋아하던 라벤더향 바디워시. 또, 그가 자주사용하던 샤워용품들.  그리움에 단 한가지도 치우지 못했다. 옷을 벗고 그가 좋아했던 바디워시를 샤워타월에 묻혀 몸을 닦았다. 익숙한 향이 온 몸을 감쌌다. 따듯하고 포근한 향. 그를 닮은 라벤더 향이었다. 여지없이 흐르는 눈물은 닦아도 닦아도 닦아지지 않았다.

"다이치, 우리 그만 만나자."

"... 또 이상한 소리한다. 그런 장난치지 말라고 했지."

"다이치."

"이유는..?"

"...글세.."

"하, 뭐..?"

"…더이상 널 사랑하지 않아..사와무라."

사와무라...? 그렇게 부르지마. 평소처럼 이름으로 불러줘. 내가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이유를 말해줘. 제발 내게 이별을 통보하지 말아줘. 난 아직. 난 아직.. 스가와라는 두에 말을 더 잇지 않았다. 그게 끝이었다. 우리 둘의 끝. 터무늬 없는 이유였다. 그의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바로 어제까지만해도.. 난 그를 붙잡지 않았다. 당장에라도 붙잡고 싶었다. 그의 눈에 내가 담겨있지 않은 걸 보기 전까지는.. 거품을 씻어 낸 뒤, 몸을 수건으로 대충 닦고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다시 방으로 올라가 스가와라의 옆자리에 엎드려 누웠다. 눈물로 베개를 적셨다. 잊겠다고 결심한지 1년.. 난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스가와라의 흔적도 그를 향한 눈물조차 닦아내지 못한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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