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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타나] SUMMER 본문

차애컾 모음

[스가타나] SUMMER

JIHYO613 2016. 8. 7. 19:39

풀내음이 코끝을 스치고, 여름날의 열기를 가득 품은 바람이 머리칼을 간지렸다. 여름이 내뿜는 향기를 맡으며 스가와라는 제 무릎 위에 놓여있는 작은 머리를 어루만져 보았다. 까슬까슬. 따끔따끔. 손바닥이 간지러웠다.


"왜?"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지는 스가와라의 손길이 신경쓰였는지 눈을 감고 그의 무릎에 누워있던 타나카가 시선을 위로 올리며 스가와라를 쳐다봤다.

"너 머리 길러 볼 생각은 없어?"

"난 짧은게 좋아! 머리도 금방 감을 수 있고 여름에 얼마나 시원하고 좋은데!"

타나카가 벌떡 일어나 방방 뛰었다. 입에 물고 있던 강아지 풀이 떨어질 듯 말 듯 달랑거렸다. 타나카는 늘 씩씩해서 좋구나. 그를 알게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몸이 약한 스가와라는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잦았는데, 그의 모습을 안쓰러워했던 담당의사는 시골로 요양을 권했다. 부모님은 의사의 말을 듣고 곧바로 그를 시골로 내려보냈다. 갑작스럽게 내려 온 탓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스가와라는 길을 헤매다가 우연히 타나카를 만났다. 타나카는 처음 보는 스가와라를 경계하는 듯 싶었는데 여기저기 쏘다니느라 더러워진 스가와라의 꼴을 본 녀석은 베시시 웃으면서 꼴이 웃기다며, 그 모습이 마음에 든다며 살갑게 대해줬다.

"알았어-! 먼지 날리니까 뛰지마.."

"아, 맞다.."

뒷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타나카. 괜찮아. 살짝 눈웃음으로 대답한 스가와라가 제 옆자리를 두드렸다. 그의 옆에 앉은 타나카는 스가와라의 옆모습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와. 남자 맞지..?'

"왜?"                      

그의 얼굴 하나하나를 뜯어보던 타나카의 시선이 스가와라의 눈물점에 머물렀다. 예쁘다. 스가와라의 얼굴은 작은 점 하나 마저도 예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바람에 산들거리는 그의 머리카락 한올까지도 예쁘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타나카의 시선을 느낀 스가와라가 고개를 돌려 타나카를 쳐다봤다. 흠칫.

"어..? 아무것도 아냐."

"그래?"

스가와라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린 타나카의 양 볼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붉어진 얼굴을 진정시켜보려 했지만, 더욱 붉어질 뿐이었다. 열이 올랐다. 여름이라서? 햇빛이 뜨겁게 내리쬐서? 아니. 제 옆에 앉아있는 스가와라 때문이다. 안절부절하는 타나카를 유심히 보고 있던 스가와라가 베실거리며 웃었다. 귀엽네.

"류- 엄마가 수박 먹으래."

"아.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내 맘이다. 스가와라랑 같이 먹어. 혼자 먹지 말고."

"말 안해도 그럴거야."

타나카 누나의 등장으로 두 사람이 만든 어색한 기류가 끊기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수박을 들고 있는 서로의 모습을 바라 본 두 사람. 타나카가 먼저 크게 한 입을 베어 물었다. 와삭. 과육을 입에 베어무는 소리가 제법 시원하다.

"맛있다. 형도 먹어봐. 진짜 맛있어."

타나카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스가와라가 그를 따라 입을 크게 벌려 수박을 베어 먹었다. 너무 크게 베어문 탓인지 과즙이 흘러 손을 적셨다. 으.. 나중에 끈적거리겠다.

"맛있다. 진짜 맛있는데?"

"그치? 맛있다니까."

빙글 두 사람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와삭와삭 연달아 수박을 베어 문 타나카가 대결을 하자며 퉤 하고 씨를 뱉었다. 그의 발치에 톡 하고 떨어진 씨를 본 스가와라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뭐야. 잘 봐바."

수박에 붙어 있는 씨를 입에 문 스가와라의 입술이 붉었다. 입술을 오자 모양으로 모은 스가와라가 후- 하고 씨를 내뱉었다. 잠시 그의 입술을 감상하고 있던 타나카는 자신이 뱉은 씨보다 멀리 날아가 떨어진 스가와라의 씨를 보고 작게 감탄했다. 

"우와. 잘한다! 나 다시 해볼래!"

귀엽네. 이런거 좋아하는구나. 스가와라의 입모양을 따라하며 열심히 씨를 뱉어대는 타나카의 모습이 꽤 귀여웠다. 악동같은 모습을 하고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녀석이지만, 그도 어린 아이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한 스가와라가 작게 미소를 띄웠다.

"그럼, 누가 더 멀리 뱉나 시합할까?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소원들어주는거야."

"좋아!!"

그렇게 얼마동안이나 씨를 뱉어댔는지 두 사람의 발 주변이 수를 놓은 듯 검은 점들이 가득했다. 결과는 스가와라의 승리였다. 승부욕이 강한 타나카는 자신의 패배에 입술을 삐죽이고 있었다. 스가와라 눈에 그런 모습 또한 귀여워 보일 뿐이다. 제 발치에 떨어져 있는 수박 씨를 멍하니 바라보다 무언가 통했다는 듯이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베시시 웃는 두 사람. 스가와라가 타나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다음엔 꼭 이겨."

타나카는 웃으면서 제 머리를 쓰다듬는 스가와라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 입꼬리를 씩 올리고 코를 쓱쓱 쓸었다.

"당연하지. 다음엔 안 져!"

여름 날의 따뜻한 바람이 두 사람을 감싸 스쳐갔다. 둘의 귓가에 나무에 매달려 우는 매미울음 소리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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