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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야쿠] 솔직한 마음 ver.2 (完) 본문

차애컾 모음

[리에야쿠] 솔직한 마음 ver.2 (完)

JIHYO613 2016. 8. 23. 02:23

"너 왜 이러고 있냐?"


"... 여긴 어떻게‥"


제 눈 앞에 나타난 작은 그림자에,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시선을 한 사람에게 옮겼다. 아, 짧은 탄식이 잇새를 비집고 나왔다. 지금 이 순간 제일 보고싶었던 얼굴과 제일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 제 눈 앞에 있다. 짜증이 밀려왔다. 퉁명스러운 말투와 상반되게 놀란 토끼 눈을 한 야쿠가 리에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말과 다른 표정. 그는 전부터 야쿠의 그런 표정이 맘에 들지 않았다.


"쿠로오가 다녀오라고 해서."


"아- 네. 그러셨군요."


리에프는 내심 무엇인가 기대했다는 것에 제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아무리 다가가보려해봐도 야쿠는 리에프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런 야쿠가 제 스스로 리에프를 찾아올리가 만무했다. 역시나 배구부 주장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왔다는 분위기를 풀풀 풍겨 대는 야쿠.


"몸은 좀 어떠냐?"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누군가 그렇게 하라고 정해준거 같은 형식적인 질문에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그는 야쿠에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제 다리께에 놓인 과일바구니를 노려보았다. 바구니 속 과일들은 제각기 다른 모양을 하고 있었다. 바구니 사이로 삐죽삐죽 나와있는 과일들을 감싸고 있는 비닐이 곧 찢어질 것처럼 팽팽히 당겨져있었다. 아주 살짝만 건드려도 폭- 하고 찢어져 붙잡아 두었던 그것들의 형태를 잃어버릴 거 같았다. 리에프는 비닐의 모습이 자신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야쿠에 대한 형태와 크기가 다른, 아무렇게나 쌓아 올려진 제 감정들을 뚜껑없는 마음에 꾸역꾸역 억지로 눌러 담았다. 지우지 못한 바엔 묻어버리자. 그리곤 그 위에 다른 감정들을 쌓아올렸다.


"어쭈- 대답 안하지?"


"아. 죄송해요. 잠깐 딴 생각 했어요. 선배, 뭐라고 하셨어요?"


야쿠의 입에서 짧은 한숨이 낮게 흘러나왔다. 그리곤 잠시 입을 열었다가 꾹 다물었다. 리에프느 평소 같았으면 돌려차기라던지 자신을 혼냈을 터인데 가만히 입을 다무는 야쿠의 모습이 좀 낯설었다. 야쿠는 맘에 들지 않는 후배녀석이지만, 그래도 환자 취급은 해주려는지 아무런 말도 히지 않았다.


"저기.. 선배."


"........."


'그만, 가버려.' , '내 눈 앞에 나타나지 마.' , '겨우 덮어뒀는데 건드리지 말아줘.' 따위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목 끝까지 차 올랐다. 직접 듣게 해주고 싶었다. 자신으로 인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얼마나 많은 충격을 받았는지 똑똑히 알리고 싶었다. 그는 그렇게 해서라도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을 느끼게 된다면.. 그렇게 된다면 제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한다면 좋겠다는 헛된 생각을 품고 있었다. 어리석게도 리에프는 제 마음을 접지도, 묻어버리지도 못한 채 정체된 채 야쿠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야쿠가 그의 마음을 알아 줄리 없었다. 같은 공간에 있는 두 사람은 마치 전혀 다른 공간에 떨어져 있는 듯이 어우러지지 못하고 어색한 기류를 흘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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