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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아카] ; 만남 본문

차애컾 모음

[쿠로아카] ; 만남

JIHYO613 2016. 9. 5. 16:20
하루에도 수십명의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한탄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 전과 달리 세상은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목숨을 가볍게 여기고 있다. 꿈, 희망이라는 단어는 뜻을 잃은지 오래다. 급기야, 온기 없는 검은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형체를 본 사람들은 '그것'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시체를 동경하다니.. 그런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 즉, 자살을 '불법'으로 개정했다. 경찰들은 시체에 가차없이 벌금을 물었다. (벌금을 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누구도 그들을 욕하는 이는 없었다.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린 건지, 시체의 머리를 중심으로 검붉은 액체가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경찰은 한 숨을 푹 내쉬곤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시체 위에 벌금고지서를 떼서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가버렸다. 고지서가 바닥에 고인 웅덩이에 빠져 빨갛게 물들었다.

그 관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늘은 꼭. 자살한 시신을 정성스럽게 수습해줄 사람은 없다. 그저 정부에서 지정한 자살자 공동묘지에 아무렇게나 묻힌다. 그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한시라도 빨리 삶을 끝내고 싶어한다. 자살기도에 실패해 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도 있다. 개중에는 나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 몇 번을 시도 했는지 얼마나 많이 했는지 횟수로 세어볼 수 없을만큼 많은 왼쪽의 자국과 목덜미에 상흔들.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얼른 끝내 버리고 싶다.
회색도시 건물들 사이에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다보면 2층짜리 상점 하나가 있다. 아는 사람들만 아는 가게. 간판도 없고 이름도 없는 곳이다. 겉보기에는 어떤 상품을 파는 가게인지 알 수 없다. 소문에 의하면 '물건'을 파는 가게라고 하는데 영 못미더워보이는 외관이다.

"정말 고맙네."

"영감님, 꼭 집에 가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하셔야 됩니다. 걸리면... 아시죠?"

"알고 있네. 그럼.."

곧 죽을 상을 한 노인이 가게에서 나왔다. 중요한 물건이라도 갖고 있는듯 작은 봉지를 두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노인에게 무언가 경고하는 듯한 말을 했다. 미소라고 하기엔 억지스럽고 비꼬는 표정이다.

"어? 불쌍한 어린양이 또 왔네?"

"...?"

노인이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다 가게 주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비아냥대는 말투와 표정이 썩 맘에 들지 않는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보아하니, 어디서 이상한 소문 듣고 온 모양인데 독약같은건 안파니까 돌아가."

귀찮다는 듯 손사레를 치는 모습에 장사하는 사람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럼 뭘 파는데요?"

"꿈."

그가 당당하게 장난끼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꿈? 모든 긍정적인 단어들이 뜻을 잃어버린 세상에서 꿈을 판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말같지도 않은 소리.."

"진짜라고. 쿠로오씨는 거짓말 안해-"

"쿠로, 시끄러워.. 얼른 들어와."

문이 살짝 열리더니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상한 소리 좀 하지마.. 그리고 배달할 물건 있어."

그 목소리에 투털거리며 쿠로오라는 남자가 안으로 들어갔다. 완전히 닫혀져 있지 않은 문 틈 사이로 가게 안이 보였다. 난잡하게 얽혀있는 물건들이 한쪽 벽을 꽉 채운 상태였다. 물건 정리를 안하는건지 아무렇게나 물건이 쌓여져있는 선반이 블쌍해보이기까지 했다.

"어서오세요."

"어? 들어왔네? 편하게 보고 가."

언제 들어온건지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려보니 가게 안에 발을 들여 놓고 있었다. 일단 들어온 김에 둘러볼 심산으로 고개를 돌렸다. 물건이 아무렇게나 쑤셔박혀있는 선반을 둘러보다 눈에 익은 약물이 보였다. 독약같은건 안판다더니.. 그 병을 들어 쿠로오씨에게 보여줬는데 시선을 피하더니 딴청을 피웠다. 옆에 있던 켄마라는 사람은 그를 보고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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