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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아카] 돌이켜보면.. - 외전 (完) 본문

보쿠아카

[보쿠아카] 돌이켜보면.. - 외전 (完)

JIHYO613 2016. 10. 7. 19:04

온갖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치료에 임했지만, 보쿠토는 실명하고 말았다. 약물치료로는 더 이상 호전될 수 없다는 주치의의 판정이었다. 오직 각막 이식만이 그의 눈을 살릴 수 있는 전부였다. 이식 가능한 신체장기 중 각막은 기증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는 신체부위 중에 하나다. 이미 실명해버린 상태에서 약물치료를 한들 수명을 다한 눈동자에 빛이 맺힐 리 만무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보쿠토가 그다지 침울해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아마 스스로 제 눈을 자처한 든든한 지원군이 옆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지원군 또한 성한 몸은 아니었다.

보쿠토 보다 어린 나이인 아카아시는 갑작스럽게 소아마비를 앓고 말았다. 덕분에 허리부터 그 아래쪽은 감각도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하체마비 신세가 되어버렸다. 보쿠토의 눈을 자처하여 그가 보고 싶다는 건 어떤 것이든, 어떠한 장소든 그의 시선에 맞춰 표현해주었던 아카아시는 걸을 수 없다는 충격에 크게 좌절했다. 그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화장실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생리적인 현상까지 스스로 통제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무겁게 짓눌렀다.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그 모든 상황에도 아카아시는 오직 보쿠토를 생각했다. 그의 눈이 되어주기로 약속했다.

그의 밝은 미소를 계속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사이를 영원히 갈라놓으려는 듯 아카아시의 병이 악화되었다. 체온이 급격하게 올라갔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하는가 하면, 점점 죽어가는 감각에 발작을 일으키기도 했다. 아카아시는 점점 쇠약해져만 갔다. 아픈 아카아시를 두고도 아무런 힘도 되어 줄 수 없는 그는 그저 아카아시의 옆을 지키며 아카아시의 고통이 한시라도 빨리 달아나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쓸모없는 자신의 처지가 한심했다. ‘나도 아카아시를 도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지난 밤, 발열로 잠 한숨도 자지 못한 아카아시는 겨우 잠이든 것인지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른 아침인지라, 열려있는 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커튼이 날리고 있었다. 따뜻한 햇빛이 비추고 있었고, 참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움찔.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바람에 오한을 느낀 아카아시가 슬며시 눈을 떴다.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몸을 일으키려 침대에 팔을 지탱하고 힘을 주는데 몸이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자 얼마동안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는지 보쿠토가 침대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축 처진 그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내 눈 줄 테니까, 자유롭게 다녀요.”

 

어찌 어린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두 번 다시는 걸을 수도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을 거라는 사실을.

 

 

-

 

묘비 앞에 선 남자의 뒷모습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느껴지고 있었다. 묘비의 주인이 생전 좋아했던 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묘비 앞에 놓은 남자는 정성스럽게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아카아시가 세상을 떠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병마와 싸우던 아카아시는 결국 합병증을 앓다가 5년 전 보쿠토에게 이별을 고했다. 제 애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는 한동안 아카아시의 물건을 정리하지도 않고, 마치 그가 아직 살아있다는 듯이 행동하고 생활했다. 제 애인의 죽음에 어느 누가 제정신일 수 있겠냐마는 보쿠토에게 아카아시는 특별한 존재였다. 어린 나이부터 소아마비를 앓아 성치 않는 몸이었음에도 보쿠토의 눈을 자처했고, 보쿠토에게 살아갈 의지를 심어준 아이였다. 아카아시 덕분에 보쿠토는 눈을 다시 뜰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을 수 있었고, 그 해 겨울 각막이식 수술을 받아 시력을 되찾았다. 수술을 마치고 맨 먼저 아카아시에게 달려가 그를 꽉 껴안아줄 심산이었다. 발을 재촉해 그의 병실에 도착했을 때, 아카아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병원 안에 모든 병실을 다 돌아다니며 그를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아카아시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졌을 무렵, 그의 사망소식을 들은 보쿠토는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곧장 아카아시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장례식장에서 본 영정사진 속 아카아시는 특유의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아카아시의 얼굴이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들의 재회는 그러했다.

 

*

 

기도를 마친 그가 묘비에 쓰여진 이름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아카아시 케이지. 주인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보쿠토는 그의 얼굴뿐만 아니라 이름까지도 사랑했다. 매년 찾아오면서도 눈물은 마를 생각이 없는지 어느새 눈가를 촉촉이 적신 보쿠토의 뺨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새겨진 글씨를 어루만지며 아카아시 와의 추억을 하나씩 꺼내본다. 병원 앞뜰에 나가 화단에 꽃을 구경하던 날. 병원 옥상에 올라가 술래잡기를 했던 날. 아픈 아카아시를 밤새도록 지켰던 날.

 

내 눈 줄 테니까 자유롭게 다녀요.’

 

아카아시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스쳤다. 언제 들었던 말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곧 그의 침대에 기대어 잠들어 있던 사이에 아카아시가 했던 말임을 깨달았다. 가슴이 저렸다. 잠결에 들었던 그 말이 꿈이 아니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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