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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아카] 소설의 끝 - 윤즌님 봌앜 연성 모티브 본문

보쿠아카

[보쿠아카] 소설의 끝 - 윤즌님 봌앜 연성 모티브

JIHYO613 2016. 10. 23. 18:42
내가 널 처음 만난 날,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넌 수줍게 어르신의 뒤에 숨어 바지자락을 잡고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었다. 온 세상이 다 하얗게 변해 있었는데, 네 주위만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칠흑같이 까만머리가 주변의 색깔을 바꾸고 있었다.

"안녕!"

움찔.

고개를 숨겼다가 다시 빼꼼. 짧은 목례를 하는 너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넌 낯을 가리는가 싶다가도 내 곁으로 쪼르르 다가와 말을 걸고 지그시 지켜봐주었다. 그 모습이 귀여웠다. 어느 날엔가 제 배게를 끌어안고 내 방 문을 두드린 적도 있었다.

"보쿠토상, 같이 자도 돼요?"

그때, 머뭇거리며 문을 두드리던 너의 목소리에서 알았던 것일까.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


꿈을 꿨다. 네가 내게서 떠나가는 꿈. 너무나도 끔찍해서 꿈이라는걸 인식하지 못하고 네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었다. 제발 가지말라고. 네가 없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매몰차게 뒤 돌아 가는 네 모습과 바닥에 주저앉아 소리치는 내 모습이 교차되었다. 너를 밀어내는 나의 모습과 자신과 멀어져가는 내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던 네 모습이 어른거렸다. 아프다. 가슴이 아팠다. 두번 다시는 볼 수 없다는 현실이 파도처럼 밀려와 나를 괴롭히고 머리를 어지럽혔다.

"으아아악!!"

'꿈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익숙하게 손을 더듬거리며 옆자리에 있을 '누군가' 를 찾았다. 역시나, 아무도 없다. 손바닥이 닿은 자리에 얇은 이불만이 자리할 뿐이었다. 언제쯤이면 널 잊을 수 있을까.


*


넌 이상한 아이였다. 네가 가고싶다면 어디든 갈 수 있었으나, 넌 항상 내 옆을 맴돌뿐이었다. 왜 떠나지 않느냐고 물었을때 네 대답은,

"아직 갈 때가 되지 않았어요."

그땐 네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갈 때' 가 되지 않았다니.. 너와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넌 자유로웠다. 현실에 얽매여 살아가던 나에게, 넌 한줄기 빛과 같았다. 너와 함께 있으면 나도 너와 같은 바람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원한 바람이 되어, 원하는 곳 어디든 누비고 싶었지만, 나는 바림이 되지 못했다. 너를 따라가려 하면 넌 멀리 떠나기라도 하려는 듯 매몰차게 뒷모습을 보였다.

"저를 따라오지 마세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매번 네 대답은 한결같았다.

"전 그저 보쿠토상 곁을 맴도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그 한마디뿐이었다. 단순한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내 기억 속의 넌 항상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그 작은 머리로 무엇을 그리 곰곰히 생각하는지 어느때는 몇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그리곤 네게 다가가면 넌 고개를 들어 싱긋 웃어주었다.
너와의 추억이 가슴을 짖눌렀다. 사찰 앞 마당에 하얗게 쌓인 눈을 보곤 제 집이 하얀 옷을 입은거 같다며 베시시 웃던 너의 모습. 봄 바람이 불고 부슬부슬 비가 내리자 예쁜 꽃이 피어날거라며 앞뜰에 자란 꽃송이들을 돌보던 네 손길. 여름은 덥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이 좋다던... 그러나 이젠 볼 수 없는 앳된 얼굴이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오늘도 너와의 추억이 가득한 가장자리에 멈춰서 있다. 한 발자국. 한 장. 작은 틈 하나를 넘지 못한 채.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수 없어 다시 첫 장부터 이야기를 읽어 나갔다.
 
또르륵.

툭.

얼마나 많은 눈물방울을 흘렸는지, 색이 바랜 페이지의 뒷부분이 비쳤다.

[이 비극의 끝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주인공과 그의 연인을 빼고.]




뭐가 뭔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느낌 가는대로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