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쓰고 싶은걸 쓰고 올립니다

어느 여름 날에 시작 된. 본문

보쿠아카

어느 여름 날에 시작 된.

JIHYO613 2017. 2. 1. 00:44

안녕하세요? 15살의 보쿠토상. 당신이 이 편지를 읽고 계신다면 저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전 미래의 아카아시 케이지 입니다. 그 쪽 세상에 아카아시는 아직 당신과 만나지 않았습니다만,

저는 당신을 알고 있습니다. 둘만의 추억의 장소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책상 서랍 속에 이상한 쪽지가 들어있었다. 아카아시 케이지라는 사람에게서 온 미래의 편지? 쪽지를 들고 반 아이들에게 누가 쓴거냐고 물었지만, 절레절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누가 이런 장난을.. 아무렇게나 구겨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었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태양이 하늘 정 가운데 올라있었다. 체육수업이 있는지 운동장 가운데에 서 있는 체육복 무리가 보였다. 언제봐도 저 체육복은 촌스럽게만 보인다. 위 아래 모두 주황색으로 색을 맞춘 여름용 체육복이라니.. 겨울용 체육복도 같은 색깔이다. 옆 학교 친구가 왜 오렌지라고 부르는지 단번에 이해되었다. 멍하니 여름의 한 편이 될 학교 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여름이네."



유리 창 하나를 사이에 둔, 교실 안과 밖의 풍경이 상반된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책상 위에 올라 앉아 수다를 떠는 여자아이들. 교실 뒤편과 앞편에 두세명의 남자아이들이 게임이라든지 요즘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에 대하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나도 그 무리 중에 하나였지만, 어느샌가부터 또래 아이들의 이슈거리가 재미없게 느껴졌다. 친구들은 무슨 바람이 들었느냐며 어깨를 툭툭 쳐대다가 자기들끼리 놀기 시작했다.


"글쎄..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 걸 어쩌라는 거야."


누구 아는 사람 있으면 좀 알려달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교실에 소음을 듣고 싶지 않아 책상 위에 엎드려 잠을 청했다. 한 숨 자고 일어나면 이 지긋지긋한 여름학기가 끝나 있기를 바라며.



*



보쿠토상.




보쿠토상.




보쿠토...!!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눈을 떴다.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부드럽던 목소리가 점점 갈라져갔다. 숨을 헐떡이는 거 같기도 하고, 울먹이는 거 같기도 한 남자의 음성이 가슴을 후벼팠다. 가슴이 아프다.



"누, 누구세요?"



"보, 보쿠토상!!"



눈 앞에 빛이 퍼졌다.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나를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의 주인이다.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얼굴을 자세히 보려하면 할 수록 빛은 점점 강해졌다,


"저, 저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추억의 장소에서,,!"


"네? 저, 저기요!!!"




*



"보쿠토!!!!!"


"으, 어,,어??!!"


"뭐야, 무슨 잠이 그렇게 깊어? 수업 끝났으니까 빨리 집에 가!"


"아, 어.. 응, 알았어."



짜증섞인 반장의 목소리가 잠을 깨웠다. 잠..? 아, 꿈이었구나. 이상한 꿈이다. 기다리고 있겠다니..



"..???????"



낮에 책상 속에서 발견한 쪽지가 생각났다. 주머니를 뒤져 꼬깃꼬깃 구겨진 작은 쪽지를 다시 펼쳐보았다.


- 둘만의 추억의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꿈 속에 그 남자가 머릿 속에 스쳤다. 추억의 장소..? 내가 그런게 있던가?



"보쿠토 빨리..!!!"


"아, 알았어."


반장에 등살에 가방을 챙겨 들고 교실을 빠르게 빠져 나갔다. 등 뒤에서 교실 문단속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