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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아카] 돌이켜보면..① - 윤즌님 썰☆ 본문

보쿠아카

[보쿠아카] 돌이켜보면..① - 윤즌님 썰☆

JIHYO613 2016. 7. 25. 00:07

웬일인지 아침 일찍부터 눈이 떠졌다. 몸을 일으켜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보쿠토는 제 옆자리에 누워 평온한 얼굴로 자고 있는 아카아시를 돌아봤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평화로운 나날을 보낼 수 있으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주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던 보쿠토는 병원을 제 집 드나들 듯 입원과퇴원을 반복했다. 보쿠토가 아카아시를 처음 만난건 아카아시의 어머니가 보쿠토의 주치의셨기 때문이었다. 외동 아들인 아카아시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보쿠토를 잘 따랐다. 보쿠토도 그런 아카아시를 친동생처럼 살갑게 대해줬다.

그로부터 3개월, 보쿠토의 첫 뇌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곧바로 두번째 수술 날짜가 잡혔다. 두번째 수술은 위험성이 낮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었지만, 첫 수술의 후유증 방지를 위해 수술 날짜는 처음 계획했던 날짜보다 6개월이나 뒤로 미뤄졌다. 9살.. 한창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뛰어놀고 싶을 어린나이에 보쿠토는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심심하고 지루하기만한 병원에서 아카아시를 만난다는 건 보쿠토에게 있어서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았다. 제 주치의 선생님의 아들인 아카아시를 처음 본 날, 보쿠토는 처음보는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익숙한 분위기를 느꼈다. 딱 한번, 스치듯 얼굴을 봤을 뿐인데 묘하게 그 작은 아이에게 눈길을 떼어 낼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아카아시가 제 발로 자신을 만나러 왔을 때 뛸 듯이 기뻤다. 아카아시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점잖고 어른스러운 아이었다. 제 나이보다 어린 동생임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자신보다 더 나이가 많은 형인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보쿠토는 잠자리에 들 때마다 아침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아카아시를 빨리 만나고 싶다고 기도했다. 아침 회진시간이 되면 아카아시는 보쿠토의 주치의인 제 어머니를 따라 보쿠토를 찾아왔다. 그리곤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은 어때요?"


제 어머니보다 먼저 보쿠토의 상태를 묻는 아카아시였다. 아카아시의 부모는 어린 나이임에도 제 부모의 빡빡한 스캐줄을 다 이해하고 어리광을 피우지 않는 아카아시를 기특하게 생각했다. 공과사의 구분이 확실한 그의 어머니였지만, 보쿠토를 잘 따르는 아카아시의 마음을 이해한 그의 어머니는 아침마다 아카아시와 함께 보쿠토의 병실을 제일 먼저 찾아가 주었다. 아카아시는 웃는 얼굴이 예쁜 아이였다. 작은 아이는 어머니의 일을 방해지 않고 그의 침대 옆에 앉아 아무 말 없이 보쿠토의 표정을 살피고 웃어보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 아카아시를 볼 때면 고맙기도하고 미안하기도 한 보쿠토. 제 자신이 뭐라고 이렇게 잘 따르는지.


"어때? 머리는 안아프고?"


그는 아카아시의 어머니 즉, 제 주치의 선생님의 음성에 아카아시에게서 시선을 떼곤 대답했다.


"네! 아주 좋아요!!"


"그래. 다행이구나. 케이지, 보쿠토형 말 잘 듣고 있어. 이따 오후에 데리러 올게."


그녀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아카아시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병실 밖으로 사라졌다. 곧 서로를 마주보며 장난스럽게 웃어보이는 두사람.


"아카아시, 오늘은 뭐하고 놀고 싶어?"


"그치만, 이거.."


고사리 같은 손으로 보쿠토 뒤 벽에 붙은 "절대안정" 이라는 빨간 글씨를 가리켰다. 그는 아카아시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을 돌아 보곤 애써 괜찮다며 손사레를 쳤다.


"진짜 괜찮다니까. 뭐하고 놀까? 응?"


"……."


괜찮다는 보쿠토의 말이 사실은 괜찮지 않다는 것 정도는 눈치껏 알수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하나였던 링겔은 3개로 늘어나 있었고, 그 많은 양의 약을 한번에 투여받고 있는 모습은 어느누구의 눈으로 봐도 괜찮아 보이지 않을 것이라. 걱정어린 눈빛을 보내오는 작은 소년에게 슬며시 미소를 보이고 있노라면 어느새 소년도 보쿠토를 따라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그가 원하는대로 따라가주었다.

 

"그럼 밖에 나가요. 나랑 산책해줘요."


"알았어. 오늘은 산책하면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