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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은걸 쓰고 올립니다
숨이 막힐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웅웅. 머릿속 경보음이 귓가에 울렸다. 누군가 급하게 움직이는 소음도 들려왔다. 시끄러워. "맛층!! 정신이 들어?!" "간호사!" 눈을 가늘게 뜬 마츠카와가 제 눈 앞에 피사체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지. 처음 보는 두 사람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와의 대화를 떠올리면서 제 상황을 이해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정한 리듬으로 선을 그리는 의료기기가 있었고, 불편한 왼손에는 주사바늘과 입에는 산소 호흡기가 매어져 있었다. 병원이군. 극적으로 깨어난 설정인건가. "...여긴." "맛층! 말.." "야, 이 미친 놈아!" "이와쨩!!" 다급하게 간호사를 부르던 목소리의 주인이 마츠카와의 멱살을 잡았다. 마츠카와는 힘 없이 끌어 올..
"축하해."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제 갈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그들은 모두 한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왠지 그들을 따라가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발을 떼려는 순간 누군가 앞을 막았다. "어디가? 니가 갈 곳은 이쪽이야." 분홍색 머리를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누구지..? 무시하고 지나가려는데 내 손목을 붙잡고 뭐라고 말하는 녀석의 손을 뿌리치고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 쪽이 아니라니까?" "넌 뭐야?" "보면 몰라? 저승사자." 저승사자? 그럼 여기가 지옥..? 나 죽은건가. 저승사자라는 녀석은 내가 알고 있던 저승사자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분홍색 머리에 표정이 밝은 저승사자. 한 방향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핏기 없이 창백한 얼굴에 어떤 표정도 짓고..
눈을 떴다. 꿈도 꾸지 않고 꽤 괜찮은 컨디션의 별 다를 거 없는 평범한 오후였다. 딱 한가지만 빼고. 당연히 누군가 있어야 할 옆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스가와라가 내 곁을 떠난지도 꽤 오랜시간이 지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성격 차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사실상 표면적인 이유일 뿐, 더 많은 이유가 있으리라. 일어나 앉아 주인 없는 베개 위에 손을 얹었다. 내 손의 온기가 배게시트를 데웠다. 아, 이 느낌이 아닌데.. 스가와라는 늘 한결같이 상냥하고 예뻤다. 그 온기가 너무 따뜻해서 너무나도 고마웠다. 다른 사람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사랑을 느꼈다. 그도 내게 과분하리만큼 많은 사랑을 주었다. 그랬었다. "다이치 우리 그만할까." 숟가락을 든 손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는 내 눈을 바라보지 않고..
느릿하게 떠다니는 구름을 보면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여유롭게 또, 유연하게 앞을 날던 사람. 그 사람이 내 하늘이었다. 비가 와도 태풍이 몰아쳐도 그는 고요했다. 나는 그의 침묵을 사랑했다. "오이카와 선배." "아, 토비오쨩 내가 여기 있는건 어떻게 알았어? 근데 무슨 일로..?" 그 날도 선배는 도서관 창가자리에 앉아 읽지도 않는 책을 펼쳐놓은 채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염없이 누군가를 찾듯이 운동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 코치님이 찾으세요." "아.. 그래? 나 찾아다니느라 힘들었겠네." 선배는 시선을 주지 않고 여전히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아뇨, 뭐.. 근데, 선배 항상 같은 페이지만 읽으시나봐요." "뭐..?" 창 밖에서 시선을 뗀 선배의 눈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