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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은걸 쓰고 올립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 내 시간은 멈춰있다. 네가 없는 내 하루하루는 아주 느리게 지나간다. 네 얼굴을 볼때마다 생각했다. 너는 꽃이였다. 봄날의 벚꽃같은 아이. 너를 처음 본 날, 넌 내 마음에 싹을 틔웠다. 눈이 마주친 날, 새싹이 자라기 시작했다. 네 이름을 불렀을때, 작은 나무가 되었다. 네가 내 이름을 부른 날, 크고 튼튼한 나무가 되었다. 네 미소를 보았을때, 꽃봉오리가 자랐다. 네가 내게로 왔을때, 꽃이 피었다. 작지만 예쁘고 아름다운 벚꽃. "잇세이. 괜찮겠어..?" "응. 괜찮아. 널 위한거니까." 너는 약한 꽃이였다. 몸이 약한 네 꽃잎은 하나씩 떨어지고 있었다. 몇 번의 수술을 받았는지, 몇 번의 수혈을 한건지 샐 수 조차 없었다. 고칠 수만 있다면. 아니, 조금 더 오랫동안 ..
야쿠는 지금 눈 앞에 있는 관경에 어이가 없다. 리에프에게서 급하게 집으로 와달라는 문자를 받고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심상치 않음을 느낀 그는 리에프의 집으로 향했다. 의외로 두 사람의 집은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도착하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리에프의 집은 일본에 같은 땅이라고 하게에는 다르게 유럽 어딘가 크고 고풍스러운 저택같은 느낌이었지만, 등굣길에 자주 지나치는 집이었기에 위화감이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 리에프의 집 앞에 도착한 야쿠는 초인종을 꾹 눌렀다.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아무런 기척이 없자 여러번 반복해서 눌러댔지만, 여전히 문 앞으로 누군가 다가오는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마치 집 안에 아무도 없는 것 처럼. 문에 귀를 바짝 갖다대보았으나 정말 집 안에는 아..
몇 달이나 남았을까. 아니 몇 일..? 어쩌면 몇 시간. 종양을 발견 했을때, 병은 이미 커질대로 커져 손쓸 방법은 없었다. 의사는 수술을 해도 소용 없을 거라는 말과 함께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이었다. 마음의 준비..?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이런 말을 해도 되나. 내 스스로 받은 충격보다 주변인이 받을 충격에 덜컥 겁이 났다. 그 아이가 이 이야기를 듣고 버텨낼 수 있을까. 충분히 나 없이도 살 수 있는 아이지만, 난 그 아이 없이 살 수 없다. 진료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오이카와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다. 단순한 건강검진 인줄로만 알고 있는 녀석에게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까.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하지. 진료실 문고리를 잡고 한참 고민하다 열었다. 진료실에서 가장 가까운 의자에 기대어 앉아있는 모..
스가와라 코우시. 이름이 생겼다. 주인님이 아닌 다른 이에게 받은 이름. 메마른 가슴이 벅차 오르는 기분이었다. 당장에라도 그의 품에 뛰어들고 싶은. '그래도 괜찮아.' 애써, 기분을 가라앉혔다. 나와 시선을 맞춘 오이카와의 눈이 깨끗하고 순수했다. 어떻게하면 저렇게 투명할 수가 있을까. 오이카와를 만나기 전에 가게에 들린 손님들에게서는 순수하고 투명한 눈을 볼 수 없었다. 심지어 오이카와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의 눈 조차도 탁하고 흐리멍텅했다. 그런데 왜 이 아이만.. "코우시, 이제 나랑 재밌게 노는거야." '좋아.' 오이카와를 따라 웃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토오루 왔니?" "엄마.." 방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와 오이카와의 이름을 불렀다. 웃고있던 오이카와의 표정이 달라졌다. 엄마..? 저..
"야쿠선배! 결혼해줘여!!" 아. 또 저 소리. 오늘로 리에프가 헛소리를 하며 내 뒤를 따라다닌지 딱 3개월이 되었다. 처음 결혼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어리둥절했다. 마냥, 귀엽다는 듯이 어물쩍 넘어 가기에는 운동부 선배와후배. 남자대남자, 동성간의 사이였다. 과연 볼 꼴 못볼 꼴 다 본 운동부 후배에게 청혼을 받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나 말고 누가 또 있을까. 살살 달래면서 거절하기를 몇 번. 이젠 거의 한계치에 다다랐다. "리에프, 이제 좀 그만해! 내가 너랑 결혼을 왜 하냐고!" 얼마나 흔들어댄건지. 덜컹거리는 현관문에 체중을 실어 붙잡고 소리쳤다. 내 목소리에 리에프의 기척이 멈췄다. 언제까지 집에 찾아 올건지.. 귀찮고 성가시다. "선배!! 문 좀 열어주세여!! ..
오늘도 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내 하루는 오이카와를 기다리면서 시작하고 기다리면서 끝을 맺는다. 그를 만나고 함께 지내게 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멀어졌지만, 난 여전히 그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고 있다. 태양이 고개를 숨기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었다. 그 날도 나를 제외한 다른 녀석들이 빠르게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예의가 없었다. 남들보다 자유를 빨리 얻는 다는 이유만으로 그들 만의 세계를 만들고 자신들 이외의 것들을 배척했다. 그러나, 난 그들이 부러웠다. 언젠가, 나와 꽤 오래 같이 있었던 녀석이 선택되어 이 곳을 나가기 직전에 내게 비수를 꽂았다. '넌 아마 여기서 계속 살게 될 거야.' 부정할 수 없었다. 처음에 며칠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며칠은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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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인지 아침 일찍부터 눈이 떠졌다. 몸을 일으켜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보쿠토는 제 옆자리에 누워 평온한 얼굴로 자고 있는 아카아시를 돌아봤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평화로운 나날을 보낼 수 있으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주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던 보쿠토는 병원을 제 집 드나들 듯 입원과퇴원을 반복했다. 보쿠토가 아카아시를 처음 만난건 아카아시의 어머니가 보쿠토의 주치의셨기 때문이었다. 외동 아들인 아카아시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보쿠토를 잘 따랐다. 보쿠토도 그런 아카아시를 친동생처럼 살갑게 대해줬다.그로부터 3개월, 보쿠토의 첫 뇌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곧바로 두번째 수술 날짜가 잡혔다. 두번째 수술은 위험성이 낮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었지만, 첫 수술의 후유증 방지를 위해 수술..
"선배 언제까지 피해다니기만 할거예요?" "내가 널 언제 피했다고 그래?" "지금도 피하고 있잖아요. 왜 제 얼굴을 안보는건데요?" "......." 리에프의 말에 야쿠는 어깨를 움찔거렸다. 리에프의 말이 맞다. 야쿠는 몇 달전 어찌된 영문인지 키만 큰 바보리에프가 잘생겨보이고, 실수를 하는 모습들이 귀엽게 보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를 경계하고 있었다.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왜 그런지에 대한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여자보단 남자한테 더 관심이 많다는 건 제 스스로도 알고 있었고, 남자를 사귄 경험도 몇 번 있긴했지만 연하는 취향이 아니라고. 특히나 리에프같은 타입에 연하는 싫어하는 쪽에 속해있다. 자신이 싫어하는 요소만 골라 갖고 있는 리에프를 좋아한다니. 그럴리가 없다고 도..
[잠깐 좀 만나지.] 그에게서 먼저 연락이 온 건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주 오래 된 소꿉친구 사이지만, 크게 싸운 뒤로는 일주일이 넘게 단 한번도 전화나 문자가 오가지 않았었다. 아침 잠이 많은 나는 매일 아침마다 녀석의 전화에 눈을 떴다. 하루 중 제일 먼저 들었던 목소리가 없어지자마자 보기좋게 지각을 해댄지도 일주일이 다되가던 참이었다. 여전히 화가 나 있는건지 딱딱한 내용의 문자가 눈에 거슬렸다. "잠깐 좀 만나지. 흥, 만나자고 하면 누가 좋다고 나갈 줄 알아?!" 신경질적으로 내던진 핸드폰이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을 나뒹굴었다. 나도 아직 화 안풀렸다고. 엎어진 핸드폰을 노려보고 있는데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누구지? 이와쨩인가? 확인해 볼까? 이와쨩이 아니면..? "에라이, 이와쨩이건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