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걸 쓰고 올립니다
하나마키 타키히로. 머릿 속에 윙윙 맴도는 그 이름은, 내 스스로를 옥죄어 온 시간만큼이나 떠올리기가 고통스럽다. 그의 얼굴을 떠올릴때마다 밝고 선명했던 사진이 조금씩 타들어갔다. 잊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잊을 수 없으리라고. 꽃의 이름은 하나마키 타카히로. 두번 다신 피지 못할 나만의... * 꽃이 진 봄은 그 계절의 힘을 잃는다. 하나마키가 죽고 마츠카와는 닥치는대로 일을 했다. 아주 조금이라도 시간의 틈을 두지 않았다. 시들어 죽은 꽃에 눈물을 삼킬 여유를 두지 않기 위해. 꽃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넌 나 없어도 잘 살테니까 걱정 안해도 되지?' 마츠카와는 하나마키몸이 약해진 뒤로 그의 말을 한글자도 놓치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쏟아부었다. 혹여나 잘못 들었을까. 꽃의 말을 놓칠세라 되묻기..
"생일 축하해 켄마."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 아닌 조금은 진지한 얼굴을 한 쿠로오가 조심스럽게 내뱉은 말이었다. 생일.. 어렸을 적부터 집에선 제대로 챙겨받지 못했던 이름 뿐인 하루는 제 소꿉친구의 짧은 한마디로 하여금 켄마를 기쁘게 했다. 처음 쿠로오에게서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고마움보다 당황스러움이 앞섰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이때까지 그에게 생일은 그저그런 아무런 날도 아니었기 때문에 축하한다는 쿠로오의 말이 이상하게까지 느껴졌다. "축하해..?" "응?" "생일.. 한번도 축하받은 적 없어.." "뭐?!?!" "......" "생일케익은? 생일선물은?" "......." "그럼 생일 축하노래도..?" "... 들어본 적 없어.." 당연하게 축하받을 날이라고 여겨왔던 생일이..
온갖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치료에 임했지만, 보쿠토는 실명하고 말았다. 약물치료로는 더 이상 호전될 수 없다는 주치의의 판정이었다. 오직 각막 이식만이 그의 눈을 살릴 수 있는 전부였다. 이식 가능한 신체장기 중 각막은 기증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는 신체부위 중에 하나다. 이미 실명해버린 상태에서 약물치료를 한들 수명을 다한 눈동자에 빛이 맺힐 리 만무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보쿠토가 그다지 침울해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아마 스스로 제 눈을 자처한 든든한 지원군이 옆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지원군 또한 성한 몸은 아니었다.보쿠토 보다 어린 나이인 아카아시는 갑작스럽게 소아마비를 앓고 말았다. 덕분에 허리부터 그 아래쪽은 감각도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하체마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