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걸 쓰고 올립니다
비가 내리는 어둠 속, 촉촉하게 젖은 두 사람이 마주보고 서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한참동안 침묵을 지키던 하얀 피부의 여리여리한 체형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다이치, 가지마." "... 스가, 난 가야 해. 붙잡지 마." 다이치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말하는 스가와라의 눈을 애써 외면했다. 자신이 떠나야만 하는 이유, 떠날 수 밖에 없는 이유. 그것이 스가와라였기 때문에 그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을 수 없었다. 아니, 보고 싶지 않았다. 제 앞에 그가 서 있는 것 조차 싫었다. 다이치는 제 팔을 붙잡으려는 스가와라의 손을 거세게 쳐냈다. "건드리지 마." "...우리 사이가 왜 이렇게까지 되버린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어.." 순간 온 몸에 소름이 ..
하루에도 수십명의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한탄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 전과 달리 세상은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목숨을 가볍게 여기고 있다. 꿈, 희망이라는 단어는 뜻을 잃은지 오래다. 급기야, 온기 없는 검은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형체를 본 사람들은 '그것'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시체를 동경하다니.. 그런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 즉, 자살을 '불법'으로 개정했다. 경찰들은 시체에 가차없이 벌금을 물었다. (벌금을 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누구도 그들을 욕하는 이는 없었다.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린 건지, 시체의 머리를 중심으로 검붉은 액체가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경찰은 한 숨을 푹 내쉬곤 싸늘하게 식어가..
의사표현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실생활에 꽤 많은 불편함을 안겨주었다. 보쿠토는 학생이자 배구부의 주장으로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이상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야 했고,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일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자연히, 아카아시는 보쿠토의 옆에서 그의 일을 대신 해주거나 도와주게 되었다. 대부분의 일이 학교 후배, 배구부 부주장으로서의 일이었지만, '애인'으로서. 당연히 자신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보쿠토는 그런 아카아시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 무슨 할 말 있으세요 선배?" 보쿠토는 매니져들이 작성한 일지를 검토하고 있는 아카아시의 옆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일인냥 열심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