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걸 쓰고 올립니다
그건 갑작스럽게 찾아와 그를 짖눌렀다. 평소와 다를 거 없는 주말이었다. 오랜만에 늦잠을 잔 스가와라 코우시는 밀린 집안 일을 끝내고 소파에 기대어 쉬고 있었다. 일어난지 몇시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해는 서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열어 놓은 창문으로 노을진 오후의 포근한 봄 바람이 들어왔다. 꽤 오랜시간 동안 머리를 자르지 않은 탓에 아무렇게나 길게 늘어져있는 머리칼이 바람에 살랑거렸다. 숙면으로 몸에 피로는 거의 풀린 상태였으나, 봄바람이 실어온 나른함에 소파 위에 가로 누웠다. "우욱-!" 갑자기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목에서 쌉싸름한 쓴맛이 느껴졌다. 그는 곧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통에 머리를 쳐박고 토악질을 해댔다. 빈 속이였기 때문에 개워낼 음식물은 없었다. 한참 위 액을 쏟아내고 그..
"오늘 우리 집에 올래?" "어..?" 얼떨결에 마츠카와의 집에 가게 되었다. 뭐. 내 발로 들어온 거지만. 마츠카와의 집은 의외로 평범했다. 생긴건 마피아 보스 아들처럼 생겨가지고 평범한 가정집 아들내미라니. 어울리지 않네. "내 방은 거실 옆이야. 먼저 들어가 있어. 마실 거 가지고 들어갈게."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마츠카와의 방으로 들어섰다. 1인용 싱글침대와 책상 하나 옷장 하나 밖에 놓여진 가구가 없어서 그런지 방이 꽤 넓고 컸다. 혼자 쓰는 방은 참 넓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쌍둥이 형제가 있는 난, 형이랑 한 방을 나눠서 사용하고 있는지라, 항상 복잡하게 꽉 채워져 있는 느낌이었는데, 외동인 마츠카와의 방은 고요하고 단순했다.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들을 훑어보고 홀로 방 구경을 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 내 시간은 멈춰있다. 네가 없는 내 하루하루는 아주 느리게 지나간다. 네 얼굴을 볼때마다 생각했다. 너는 꽃이였다. 봄날의 벚꽃같은 아이. 너를 처음 본 날, 넌 내 마음에 싹을 틔웠다. 눈이 마주친 날, 새싹이 자라기 시작했다. 네 이름을 불렀을때, 작은 나무가 되었다. 네가 내 이름을 부른 날, 크고 튼튼한 나무가 되었다. 네 미소를 보았을때, 꽃봉오리가 자랐다. 네가 내게로 왔을때, 꽃이 피었다. 작지만 예쁘고 아름다운 벚꽃. "잇세이. 괜찮겠어..?" "응. 괜찮아. 널 위한거니까." 너는 약한 꽃이였다. 몸이 약한 네 꽃잎은 하나씩 떨어지고 있었다. 몇 번의 수술을 받았는지, 몇 번의 수혈을 한건지 샐 수 조차 없었다. 고칠 수만 있다면. 아니, 조금 더 오랫동안 ..